만술아비의 축문/박목월
아배요 아배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배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리고개
아배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손이믄
아배 소원 풀어드리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묵고가이소
여보게 만술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도 감응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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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제삿날 만술아비의 정성에 감응하여
아버지의 혼백이 나타나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내 눈이 티눈'이라 함은
만술이가 까막눈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식하고 가난하여
겨우 '소금에 밥'을 올려놓고
제사를 지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눈물겹고
이에 감동한 아비의 감응이
눈인 듯 비인 듯
굵은 밤이슬로 내리고 있습니다
순박함은
이 세상 모든 잘 못을 덮어줍니다
하지만 순박함이 사라지고
각박함만 남는 세상이 안타깝습니다
이 시를 올림은
이런 순박함이 이 세상을 지켜주고
우리를 지켜줌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