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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랑/•‥‥【명수필감상】

의자/장미숙 의자 장미숙 매장 앞 도로에 한 노인이 앉아 있다. 노인의 등이 낯설지 않다. 근처 마트 앞에서 자주 마주치는 노인이다. 낡은 파란색 조끼와 구부정한 등에 쌓인 세월의 그림자가 짙다.​ 노인은 인도와 차도 경계에 앉아 있다. 오늘은 햇볕이 달라붙은 시멘트 바닥이 그의 휴식천가 보다.. 더보기
[스크랩] 공터 / 최장순 공터 최장순 "내 젊었을 땐 덩치가 이마-안 했어." 호기 좋은 목소리를 따라 내 고개가 돌아갔다. 전철 휴게실 의자 옆, 두 팔로 아름드리나무를 껴안듯 포즈를 취하고 서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솔깃한 귀를 모아 앉은 또래의 노인들이 마치 무용담을 듣는 아이들 같다. 노인의 말을 .. 더보기
[스크랩] [제14회 동서문학상 수필 은상] 파를 다듬으며 / 신안호 [제14회 동서문학상 수필 은상] 파를 다듬으며 신안호 트럭에 쪽파가 산을 이루듯 쌓여있다. 골판지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가격은 주부들의 시선을 끌기에 좋으리만큼 착하다. 김장김치에 멀미가 날때쯤이면 봄기운을 안고 찾아오는 쪽파다. 가을 쪽파가 알싸하게 매운 맛이 있는데 봄 쪽.. 더보기
[스크랩] 노래로 남은 시인 / 반숙자 노래로 남은 시인 반숙자 어쩌다 핀이 꽂혀 종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기를 돌리면서 소음으로 내 노래가 들리지 않아도 꾸역꾸역 노래를 부르는 심사를 모르겠다. 질기기도 하지. 누가 듣는다고 음치의 노래를 해질녘까지 부르는가. 처서가 여인의 폐경.. 더보기
산사람의 밥/권현옥 산사람의 밥 권현옥 ‘누구야 빨리 받지 않고……’ 속으로 핀잔이 올라오려 하는데 구석에 놓은 내 가방이 생각났다. ‘혹시 동생 핸드폰 소린가’ 하면서 가방을 가만히 들어보니, 맞다. “000핸드폰입니다. 저는 언니 되는 사람인데요, 실례지만 어떻게 되시죠……. 예, 그러시군요. 실.. 더보기
[스크랩] 그 여자의 말뚝 외 2편 / 송혜영 그 여자의 말뚝 / 송혜영 딱따구리가 야무지게 나무를 찍는 것 같은 소리에 잠이 깼다. 잠자리를 걷고 일어나려는데 ‘딱 딱’ 오금을 박는 목소리가 다시 아침 공기를 갈랐다. 그녀가 돌아왔나보다. 논에 모도 얼추 자리를 잡았고, 한 숨 돌리는 참에 서울 다녀온다며 나섰는데 좀 지체한.. 더보기
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최민자(수필가) 강이 뒤채고 있다. 낮에는 무심한 듯 천연스럽던 강물이 밤이 되자 제법 일렁이며 흐른다. 다 큰 남자의 등줄기 같이 울룩불룩한 근육질을 들썩거리며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도 같다. 강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건 무엇일까. 아픔이나 그리움, 작은.. 더보기
[스크랩] 밀밭길을 걸어 나오는 결혼 풍경 밀밭길을 걸어 나오는 결혼 풍경 권영상 옛 직장 동료로부터 자녀를 혼사시킨다는 청첩장을 받았다. 예식장이 호텔 웨딩홀이다. 요즘은 내남없이 호텔 웨딩홀이다. 원탁 테이블에 앉아 낯선 이들과 어색하게 얼굴을 마주하며 그 결혼식을 다 지켜보아야 하는 일은 정말이지 고역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