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천양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 시집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작가정신,1998)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면서 빠져들기도 하고 당하기도 한다. 장사익이 김용택의 '이게 아닌데'란 시에 곡을 붙여 노래한 게 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가을은 왔고 또 갈 것이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는 동안 사랑도 저질러졌겠고 그리움이 돌아갈 자리도 없어졌을 것이다.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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