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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랑/•‥‥【수필☆작법】

[스크랩] 수필은 어디에 있는가./정목일

수필의 발견


1. 수필은 어디에 있는가.

수필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생활 곁에 있다. 고독과 그리움 곁에, 기쁨과 슬픔과 눈물 곁에 있다.
이렇게 삶과 가장 가까이 근접해 있는 문학이 수필이다.
수필은 자신의 삶과 인생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맑고 투명한 거울이라고 어느 학자는 말했다.
그러나 그 수필을 찾아내고자 하는 강한 의욕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소재나 주제가 있어도 파묻히기 마련이다.
글을 쓸려면 약간의 재능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이라 할 수 있다. 의욕만 있어도 이미 반은 달성한 셈이다.

2. 수필의 발견

수필은 자신과의 대화이다. 너무 잘 쓸려고 애쓰거나 남에게 잘 보일려고 하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 써야 한다.
그리움에 사무치거나 외로움이 깊어 견딜 수 없을 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 보고 그것을 낙서하듯 써 보는 습관도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자기가 체험한 사실에다 상상과 느낌을 보태고 재구성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면 훌륭한 수필의 경지에 들어가게 된다.
수필은 끝없이 구도적(求道的)인 자세를 요구한다. 긴장을 풀고 기도하는 자세에서 자신과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성찰하고 그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수필가 정목일은 수필을 쓰려면 몇 가지를 늘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마음 속에 항상 자신의 영혼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깨끗이 닦아 두기를 바란다. 비춰보고 교만과 허위의 옷을 벗어야 하고 겸허하고 절실해지고저 노력해야 한다.
둘째로 마음 속에 양심의 메아리가 울려퍼지는 종을 매달아 두기를 바란다.
불의나 탐욕의 손길이 뻗칠 때 스스로 울리는 종을―.
그리고 마음 속에 맑고 깊은 옹달샘을 파 두어서 거짓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낼 줄 알아야 좋은 수필의 경지에 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심도 있는 주문들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마음 속에 울림 그대로를 써 보면 된다. 처음에는 낙서를 해도 좋고, 단 몇 줄의 문장을 만들어도 좋다. 점차 자신의 마음을 토로해 나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수필과의 만남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삶의 기록이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등식에 대입을 시켜보아야 한다.

「체험 + 느낌 + 인생의 발견 + 의미부여 = 감동」

인간은 우주의 정(情)을 얻어 태어난 존재라 해도 될 것이다. 이 정은 인간을 새롭게 하고 때로는 감동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형을 얻지 못한 자연을 보면 그늘이 보인다.
봄에는 새가 울부짖고, 여름에는 뇌성벽력이 울부짖는다. 가을에는 풀벌레가 울부짖고,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이 지창의 문풍지를 울린다.
인간도 평형을 얻지 못할 때 감정이 인다. 바람이 호수를 스치면 물결이 일렁이듯 인간도 어떤 사건을 접할 때 감정이 이는 법이다.
눈오는 밤, 잠이 오지 않을 때 무엇인가 마음에 스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면서 눈길을 무작정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면서 전화기 다이얼을 돌리고 싶을 것이다.
괴로운 사람은 괴로운 대로 즐거운 사람은 즐거운 대로 그 밤을 자기 분위기로 만들어 취할 것이다.
여기서 어떤 분위기에 취하고, 자기를 묻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 수필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무심히 떨어지는 낙엽을 보는 순간 떨어지는 낙엽에서 세월을 보고 자연의 순리를 볼 수 있다. 그 낙엽에서 나이 든 자신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자연의 신비 앞에서 인간의 죽음까지를 생각하면서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된다.
어떤 상황이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감정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글을 쓰게 되는 동기가 된다.
그러므로 수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면서도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반숙자의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글쓴이 : 노을빛연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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