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정이 2007. 5. 6. 23:00
    바람에게/유치환

    바람아, 나는 알겠다.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또 나의 얼굴을 스쳐 가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은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어디에 어찌 안아 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한 오리 풀잎마다 부여잡고 흐느끼는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