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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참, 좆같은 풍경/ 송경동

산새정이 2014. 3. 6. 18:36

 

 

 

 

참, 좆같은 풍경/ 송경동

 

 

새벽 대포항

밤샘 물질 마친

저인망 어선들이

줄지어 포구로 들어선다

 

대여섯 명이 타고 오는 배에

선장은 하나같이 사십대고

사람들을 부리는 이는

삼십대 새파란 치들이다

그들 아래에서

바삐 닻줄을 내리고

고기상자를 나르는 이들은, 한결같이

머리가 석회처럼 센 노인네들뿐

 

그 짭짤한 풍경에 어디 사진기자들인지

부지런히 찰칵거리는 소리들

그런데 말이에요

이거 참, 좆같은 풍경 아닙니까

부자나 정치인이나 학자나 시인들은

나이 먹을수록 대접받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왜 늙을수록 더 천대받는 것입니까

 

- 시집『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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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세상은 이미 ‘장유유서’를 윤리의 덕목으로 받드는 시대는 아니다. 더구나 근력만을 요구하는 블루컬러의 노동시장에서는 오로지 그 힘에 의해 서열이 정해질 뿐 나이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장유유서’의 질서란 늙은 사람이 일찍 죽는다는 그 농담 그대로의 순서가 되었다. 그런데 그게 뱃전이나 노동판에서만 볼 수 있는 ‘참, 좆같은 풍경’일까?

 

 얼마 전 50대 고용률이 30대를 앞질렀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통적으로는 40-30-50-20대의 순으로 고용률 순위가 이어져왔으나 미세한 통계수치 차이로 역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가 50대로 편입이동하면서 나타난 인구구조의 변화에 의한 것이지, 달리 50대가 신규 일자리를 꿰차기 해서 늘어난 현상은 아닐 것이다.

 

 희망근로사업 등이 50대 고용률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은 미쳤을 것이나, 정부 관계자의 견해처럼 ‘사회복지부문을 중심으로 정년퇴직 이후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결단코 아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 새로 취업한 이들이 얻은 일자리가 변변할 리가 없다. 희망근로의 대부분은 환경정화와 지역공공시설개선에 투입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거나 그 보수로는 가족부양이 힘든 사람이 배를 타고 공사장 막노동판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런 사정임에도 마치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노인네’들이 잠식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되는 일부의 분위기가 있다. 물론 산업현장에서의 고령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건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천대받아가며 허접한 일이나마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근로하는 5,60대 ‘노인네들’ 때문에 ‘삼십대 새파란 치들’의 일자리 찾기가 고단해지는 것도 아닌데 너무 그렇게 야박하게 굴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용구조의 어두운 면은 ‘부자나 정치인이나 학자’에게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노동생산성의 문제일 텐데, '시인'도 그 그룹에 끼어들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학판에서 나이 먹을수록 대접받는다고 시인이 말한 부분 만큼은 아무래도 관찰의 오류인 것 같다.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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