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합니다/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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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김용옥 행복합니다 산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쓸쓸하기 짝 없는 일상 속에서 먼 소리 새 소리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신경 쓰고 챙기지 않아도 꼬박꼬박 건너와 건너가는 시간에 행복합니다 북새통으로 붐비는 거리를 통과하며 이 세상에 나 홀로 떨어져 있지 않아서 행복합니다 조촐한 식탁 앞에서 감사기도를 드리니 행복합니다 어머니라고 부를 이름 있어 태어나 살아가는 고난 고통 속에서 행복합니다 석양을 등에 얹고 긴 그림자 밟으며 총총히 걸어 내 작은 둥지에 깃을 접고 행복합니다 결국 지나가버릴 기쁨과 슬픔에 목 메일 때 누구가 되어 손 잡아줄 어깨 토닥여줄 손이 있어 행복합니다 열사흘 달빛이 장감장감 창안 내 우주 내 세상에 걸어 들어와 행복합니다 바람이 세계를 흔드는 소리 들려 행복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지금, 살아있어서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